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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TART UP?/WEEKLY BOOK

창업가 정신의 9할은 지루한 테스트의 반복이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이번주의 책은 에릭 리스가 쓴 <린 스타트업>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나온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스타트업계의 고전(?) 입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면서 한 번 읽은 적이 있었지만, 과연 제대로 읽었을까 찜찜함이 남아 다시 읽고 다시 리뷰를 씁니다.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을 결합한 '그로스해킹' 방법론은 큰 범주에서 린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당연히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책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결국 back to the basic을 상기하기 위함입니다.

 

스타트업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들은, 그로스해킹의 사례처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일단 성장시키면 돈은 벌린다"라는 것이 대체로 옳다는 것이 검증되었으니, 스타트업과 VC가 성장우선을 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성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효율적인 성장 방법론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만, "어떠한 기반 위에서" 성장을 추구할 것이냐는 때로 도외시되고 때론 '방 안의 코끼리' 같은 존재가 되어가지 않나 합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눈 앞의 일을 핑계로 애써 무시하는 바로 그 코끼리 말이죠.

 

그래서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 리뷰를 통해, 성장 이전에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스타트업의 본질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A startup is an organization formed to search for a repeatable and scalable business model. _Steve Blank

"스타트업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포스팅에서 인용하였듯, 스티브 블랑크는 스타트업을 "반복가능하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임시 조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창업자가 가장 커다란 가설을 시도하고, 실험과 학습을 통해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 시점에서 첫 투자를 받고 직원을 뽑아 더 작은 가설들을 실험하고 학습하여 "반복가능하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냅니다. 회사를 establish 시키는 과정을 겪는 좌충우돌 조직이죠.

 

그러나 스타트업을 만든 직후에 검증해야 하는 거대한 가설들 - 예를 들면 제품이 고객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확보된 고객은 우리가 가정한 고객들인지,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는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인지 - 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존재합니다. 이 때 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업 지표는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적당히 굴러가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사업이 커지지 않고 있다면, 우선 핵심 가설을 검증하지 못하고 지나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로스 해킹, 무수한 언론의 관심과 인터뷰 요청, 브랜딩, 공격적인 사용자 획득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고객과 제품과 데이터가 기다리는 고난과 역경의 dirty road를 꿋꿋이 걸어야 합니다.

 

 

창업자가 검증해야 하는 가장 커다란 가설들

 

창업자는 최초에 두 가지의 가설을 검증해야만 합니다.

 

1. 가치가설 = 제품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가?

    *초창기 페이스북 > daily retention rate 50% 이상

 

2. 성장가설 = 지속가능한 방식(비용효율성, 수익성)으로 성장하는가?

    *페이스북은 04년 2월 런칭하여, 마케팅/광고비를 쓰지 않고 1달 만에 하버드 재학생 3/4가 사용

 

 

MVP는 학습을 위한 것

 

이것을 검증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듭니다. MVP는 일반적으로 최소기능제품으로 이해되며, 일단 없는대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보는 최초의 작은 시도로 이해됩니다. 중요한 것은 MVP의 목적입니다.

 

"제품, 고객 그리고 사업 가설에 대한 학습을 시작하기 위한 제품"

"초기 가설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기능(feature)만으로 구성된 제품"

 

에릭 리스는 MVP로 시작된 학습과정을 총 3단계로 구분합니다.

 

1. MVP를 이용해 실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제품/서비스의 현재 위치를 전환율, 가입률, 고객생애가치 등 데이터로 파악해 마일스톤 데이터(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측정

 

2. 성장 엔진 튜닝하기

회사가 목표지점으로 삼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제품 최적화 진행. 서비스의 성장 엔진을 작동시키는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그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에 리소스를 집중해야 함

 

3. 의사결정

기존 방향을 유지할 것인지 갈아엎고 새 판을 짤 것인지 결정

  • 적절한 실험과 학습이 반복되며, 학습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방향 유지
  • 반복적인 실험으로부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 전략이 근본적으로 틀렸음을 인정하고 중대한 변화를 결정

 

MVP 학습의 좋은 예와 나쁜 예

 

MVP 학습과정의 좋은 사용례 (IMVU)

  • 하루 5달러를 내고 100클릭을 구매 (일 단위 코호트 확보)
  • 날마다 제품을 변경시키고, 각각의 날에 유입된 신규고객의 행동 데이터로 성과 측정
  • 아무리 제품을 개선하고 편의기능을 넣어도 데이터 지표가 개선되지 않음
  • 제품의 근본적 방향성을 수정
    • [기존] 기존 친구와 사용하는 메신저 부가기능 
    • [변경]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데 사용하는 독립적 메신저
    •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에 대한 근본적 가설을 바꾸자 제품 개선 노력들이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기 시작

 

MVP 학습과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 스타트업 경영자의 불만 - "엔지니어들이 일을 안해요"
  • 실제로는 조직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음
  • 고객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 고객, 영업, 경영진 각각에서 기능 추가 요구가 산발적으로 이루어짐
  • 요청되는 기능 대부분은 항상 "최우선순위", "긴급"으로 진행됨
  • 장기 프로젝트는 산발적인 기능 요청으로 끊임없이 방해받고 중단됨
  • 이 와중에 "무엇이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가"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음
    • 끊임없이 뭔가를 조율, 개선, 개발하면서도 사업지표가 개선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

 

허무지표와 실행지표

 

이러한 MVP 중심 가설-실험-평가의 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에릭 리스는 이것을 "학습 마일스톤"이라 부르며, 이것은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사결정 시점에서 참고해야 할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이 데이터, 즉 지표에는 나쁜 놈과 좋은 놈이 있습니다.

 

허무지표

  • Ex. 누적가입자 수, 일평균 신규 가입자 수, 총 서비스 이용량, ...
  • 스타트업의 가설 실험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사업 성장이 질적으로 개선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음.

 

실행지표

  • 코호트 & 스플릿 테스트로 인과관계를 확보 가능한 지표들 / 리텐션, 이탈률, 퍼널 전환율, ...
  • 코호트 방식으로 스플릿 테스트 (A/B 테스트) 진행하여 가설의 효과성을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함
    • Actionable > 인과성이 뚜렷한가
    • Accessible > 경영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 Auditable > 현실을 반영하는 신뢰도 높은 숫자인가

 

방향 전환 결정하기

 

방향 전환, 즉 피벗(pivot)은 제품, 사업 모델, 성장 엔진에 대한 근본적이며 새로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설계된 전략적 변화입니다.

* 피벗은 단순히 "지금 제품이 먹히지 않아서"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것 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vertical / horizontal expansion 확장 전략까지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블로그 주인장

 

아시다시피 모든 스타트업은 burn rate를 가집니다. 지금 보유한 돈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느냐를 말하는 수치죠. 이는 시간으로 보통 계산되지만, "앞으로 몇 번의 방향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가"의 기회 횟수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타트업은 더 적은 비용으로 또는 더 짧은 시간에 같은 양의 유효 학습을 달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몇 달이 남았어요'가 아니라 '돈이 떨어질 때까지 이런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어요'라고 투자자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가설 검증 플랜을 최적화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방향 전환을 종류별로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줌인 전환 = 기존 제품에서 일부 기능만을 떼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 줌아웃 전환 = 기존 제품을 새 제품의 일부에 포함시켜서 제품을 더 크게 확장한다
  • 고객군 전환 = 제품이 고객의 중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지금 고객이 원래 계획한 고객이 아니므로 제품 수정
  • 고객 필요 전환 =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가 고객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고 제품 수정 또는 신제품 개발
  • 플랫폼 전환 = 단면 시장 제품에서 양면 시장 제품으로 전환, 또는 그 반대
  • 사업 구조 전환 = 고이윤/소규모(B2B) 모델로부터 저이윤/대규모(B2C) 모델로 전환, 또는 그 반대
  • 가치 획득 전환 = 회사가 가치를 획득하는 방법인 수익모델(monetization) 전환
  • 성장 엔진 전환 = 스타트업 성장 모델 (바이럴/ 재방문/ 유료 성장) 간의 전환
  • 채널 전환 =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커니즘/경로 전환
  • 기술 전환 = 기존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의 관심을 끌도록 디자인된 지속적 혁신/점진적 개선

 

여기까지 <린 스타트업> 중 본격적인 성장 및 가속 이전에 다뤄진 내용을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여러 블로그, 기사, 기타 등등을 통해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제대로 실행하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닥치고 실행하는 게 정답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같은 만능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요.

 

당연히 성공에 정답은 없을 겁니다. 린 스타트업도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도 않고요. 다만 린 스타트업이란 방법론이 전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스타트업의 정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금 처한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바쁘고 뭔가 하고는 있는데 적자를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로스해킹이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의 결합이듯, 린 스타트업은 엔지니어링과 스타트업 경영의 결합으로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은 같습니다. 가설 - 테스트 - 학습 - 피드백(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끊임없는 반복이죠. 이것을 경쟁자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필수가 됩니다.

 

철저하게 실증적인 접근이기에 사장님들이 꺼려할 상황도 생길 겁니다. 자신있게 밀어부친 안건이 실제론 쓸데없다고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잠깐 쪽팔린 것과,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명확해 보입니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경영 전략의 거시적 관점보단 제품/소비자 중심 성향이 강하므로 유연한 적용은 필요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공유하며 글을 마칩니다.

<린 스타트업> 리뷰였습니다.

 

창업가 정신을 구성하는 것 중 오직 5%만이 대단한 아이디어나 사업 전략, 사업 모델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 95%는 혁신 회계에 의해 측정되는 아주 지루한 일들이다. 제품과 관련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어떤 고객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하고,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어떤 비전을 세팅해야 하는가에 관한 일들 말이다.

 

린 스타트업
국내도서
저자 : 에릭 리스(Eric Ries) / 이창수,송우일역
출판 : 인사이트 20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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