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란 말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니 조금 귀찮은 시대죠.
그래서 오늘은 스타트업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글을 조금 써 보려 합니다.
글이 좀 있어 보이려면 역시 명사의 한 마디가 있어야 할 텐데요.
"창업가 매뉴얼(The Startup Owner's Manual)" 저자 스티브 블랑크 Steve Blank는 이렇게 말합니다.
"A startup is an organization formed to search for a repeatable and scalable business model."
스티브는 스타트업에 대해 "반복가능하고 수치화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 말합니다.
조금 안 와닿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티브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스티브는 스타트업이란 "고객발굴과 고객검증을 빠르게 반복하여", "시장을 창출하고 사업을 실행하여 회사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1. Iteration]
Customer Discovery <-> Customer Validation
* Identify scalable and repeatable business model
* Turn hypothesis into facts
[2. Execution]
Customer Creation -> Company Building
잠깐, 조금 이상하죠. 스타트업이 빠르게 뭔가를 테스트하고 검증한다는 건 알겠는데 왜 회사가 된다는 걸까요? 스타트업은 회사가 아닌 걸까요?
유명 엑셀러레이터 500 Startups의 Dave McClure는 스타트업이 일단 회사라고는 하지만, 한층 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타트업이란 자신의 제품이 무엇이고, 자신의 고객이 누구이며,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회사다."
제품도, 고객도, 심지어 수익을 내는 방법조차 명확하지 않은 회사라고 하니 일단 엄청나게 수상해 보입니다.
두 정의가 100% 정확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뼈가 굵으신 분들이니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겠죠.
스타트업이란 자본력 없는 집단이 제품, 고객,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방법을 탐색한다는 동사에 가까운 개념이란 것을요.
그건 무슨 동사일까요?
"여행", "모험", "도전", 기타 등등 ...
스타트업의 다른 말이 "벤쳐"회사이며, 그들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벤쳐 캐피탈리스트"라고 하는 이유죠.
돈이 없으니 힘 센 사람들이 돗자리 깔고 영업하는 곳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탐색합니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시장을 제한된 리소스로 만들어내려 하다 보니, 당연히 스타트업의 여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래 그림처럼요.
주황색 글씨로 쓰여 있는 두 글자가 있습니다. MVP 그리고 Product/Market Fit이죠.
MVP = Minimum Viable Product
Product/Market Fit = 제품의 시장 적합성
MVP는 쉽게 말해 만들려고 하는 제품의 프로토타입입니다.
겉보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을지라도, 스타트업이 시도하고자 하는 사업의 알맹이만 구현된 제품인 것이죠.
타깃 시장의 극히 일부, 수십 명에서 많아봐야 수백 명 단위를 대상으로 사업성을 검증하는 목적입니다.
이 MVP는 보통 대담한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스타트업에 도전한 사람들이 꿈에 가득 부풀어 내놓은 가설.
MVP가 만들어지면 실제 현실의 시장에서 제품이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시장 적합도를 확인합니다.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최초의 가설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현실은 핑크빛이 아니란 거죠.
그 다음부터는? 지쳐 포기하거나 답을 찾아낼 때 까지 현실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죠.
바로 이것이 맨 위에 스티브가 이야기한 "Iteration", 반복적인 고객발굴과 고객검증을 통해 "가설을 팩트로 바꿔내는" 과정입니다.
이것을 해내면 "Product/Market Fit"을 찾아낸 것이고, 이것을 찾아낸 시장은 (당분간) 스타트업이 찾아낸 블루 오션이 됩니다.
최초의 작디작은 블루오션을 먹고, 제품을 고도화하고 스타트업을 궤도에 올립니다. 이 때서야 비로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회사"가 된다고도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 단계 전의 스타트업은 명사보다 동사에 가깝고, 즐거움보단 눈물과 한숨에 더 가까운 존재이니까요.
성공적으로 블루오션을 확보했고 제품을 고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그 때부터는 IT 기술을 활용해 확장해 나갑니다.
회사가 커지고, 핵심 비즈니스 모델 위에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얹어지고, 규모있는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후에 벌어지게 되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최초의 대담한 가설을 현실 세계에서 워킹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꿔내고, 그것을 수치로 증명한다는 과정과 행동들은
그래서 스타트업의 정의와도 참 어울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뭐 그런 느낌도 드는 것 같고요.
증명된 가설 위에 세워진 회사가 아닌, 증명되지 않은 가설을 찾아낸 다음에야 회사가 되는 집단.
저는 그런 스타트업이 물론 위험하지만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