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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TART UP?/WEEKLY BOOK

팔리는 비즈니스는 고객의 입에서 시작된다, <린 고객 개발>

 

뜬금없지만, 간-단 예비창업 포스트모템

제가 들었던 서울시 예비창업교육과정은 기본적인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선발과정을 거친 인원 대상으로 진행된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기획서로나마 준비했던 아이템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일종의 게임을 만들어 올리고, 또 다른 사람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가 매우 혁신적이라고 생각했고, 주변에 있는 저보다 훨씬 잘난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지금은 몹시 훌륭한 이불킥 소재가 되었지만요. 아날로그 놀이문화의 끝물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에겐 향수가 느껴지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주고, 모바일 친화적인 넥스트 밀레니얼 i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오프라인 놀이를 제공하자는 매우 야심찬 플랜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스트림을 만들어내 수익화로 연결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이 플랫폼이 해결하고자 하는 디맨드 사이드 고객문제는 [도심지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가 부족하다], 서플라이 사이드 고객문제는 [고객의 발길이 뜸한 시간대에 고객 유치하기]라는 것이었죠. 고객개발 관련 교육과정을 따라가며 저는 예상 잠재고객군 3개의 페르소나를 작성한 뒤 각각 5명 정도씩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한 잠재고객군에서 기존 선택지 대신 이 제품을 이용했을 때의 추가적인 이득(예를 들면 할인쿠폰) 등이 있다면 특정한 시간/장소에서 이용할 용의가 있다는 피드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호의적인 답변이 실제 현실에서도 그대로 일어날까에 대한, 더 실제적인 가설의 증명이었죠. 시간이 부족했다, 아는 게 없었다 등의 핑계가 가능하겠으나 어쨌든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테스트를 목적으로 직접 만들어 본 컨텐츠가 저 자신을 설득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더 고민했다면 제가 원하는 컨텐츠가 나왔겠지만 반복가능하며 확장가능한 방식이 아니었고, 확장가능한 플랫폼 모델에서는 퀄리티 컨트롤 난이도가 너무나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기로는, 가설 수립 단계에서 결론을 내기보다는 어떠한 형태로든 실제 사용자에게 저 서비스를 해보고 결과를 느껴보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직접 만든 시범 컨텐츠를 페이스북 페이지든, 챗봇이든, 100% 수동 카톡방이든 10-20명을 대상으로 반응을 얻었어야 했어요. 제가 세운 가장 중요한 가설이 현실에서 워킹하는지 테스트해 봤다면, 그 다음에 떠올린 선택지는 프로젝트 중단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과론이 되겠습니다만 실행하지 않았으니 참과 거짓조차 알 수 없었고, 저 스스로도 확신을 못 가졌고, 접촉한 개발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당연히 최종 IR 피칭덱도 알맹이 없는 따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전동킥보드 공유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됐죠. 오프라인 베이스의 체험성을 가진 O2O 서비스에 대한 열망이 남은 탓도 좀 있습니다. 현재 저는 고객경험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여러 문제들을 즐겁게(?) 고민하며 따순 월급밥을 먹고, 또 이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고객개발

스타트업은 하나의 가설에서 시작됩니다. 이 세상의 [누군가]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데, 내가 생각한 [솔루션]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죠. 누군가는 참신한 솔루션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사용할 고객을 구체화하고, 또 누군가는 특정한 사용자의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구체화해 나갑니다.

 

이것을 편의상 창업자가 증명해야 하는 제1가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제1가설은 가장 중요하고, 틀렸을 때 가장 리스크가 큰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창업가 자신의 자본 수천 만원을 들였고, 이후 투자를 받아 직원까지 채용을 한 상황에서 제1가설이 틀렸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현재의 운영비를 감당하면서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다른 제1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해야만 하게 되겠죠.

 

창업가의 시간, 금전적 여유에 따라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는 규모는 제각기 다릅니다. 기술적 소양이 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빠르게 MVP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가 전부가 이러한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며, 또한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가 전무후무한 것일 수록 창업가가 짊어지는 리스크는 치솟게 됩니다.

 

현실에서 워킹하느냐, 워킹하지 않느냐를 어떻게 확인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제한된 리소스에서 비롯합니다.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제1가설을 검증해내는 일은 비단 스타트업의 이야기는 아니며, 자원이 풍족한 대기업의 사업기획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됩니다. 큰 규모만큼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하고,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회사가 쥔 리소스를 끌어쓰기 어려운 건, 리소스를 충분히 갖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뻔하디 뻔하고, 그걸 누가 모르겠느냐 할 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복잡계에서는 생각보다 이 간단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 창업가/기획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대단하다는 편견을 갖고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 업계에서 뼈가 굵다는 자만심으로 아이디어 검증을 생략하고 제품 제작에 바로 뛰어듭니다.
  • 실제 제품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잠재고객을 찾고 제1가설을 검증해야 할 지 모릅니다.
  • 고객 개발의 개념을 알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할 지를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이너, 다음 제품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엔지니어
  • 큰 조직에서 자신의 조직이 더 빨리 움직이고 현명하게 일하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품 중심 업무 담당자
  • 아무도 사지 않을 수도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제품 아이디어와 시장을 검증해 보고자 하는 창업가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서 당면하는 문제에 답하고 해결하기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린 고객 개발> 개요 및 내용

이 책은 총 8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래 고객 개발 프로세스의 각 단계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1장. 왜 고객 개발이 필요한가?

고객 개발을 진행할 때 조직 내부 저항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사실들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무엇이 유용한가를 추측하곤 하지만, 대부분 빗나간다. 여러분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대부분 빗나간다. _애덤 피소니, 야머 CTO

 

2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가정을 식별하고, 문제가설을 작성하며, 목표고객 프로파일과 대응시키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고객 보고서를 읽고 통화도 했으며 회의도 여러 번 했기에 우리는 고객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일하는 곳, 노는 곳, 사는 곳으로 직접 가봐야 한다. _브랜든 코위츠, 구글벤쳐스 리드 디자이너

 

3장.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목표 고객을 찾고 고객이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고급 요리 문화의 중심지인 소노마에 가서 와인 경매 행사에 참여했다. 고급 와인 양조장 부스 바로 옆에 크레이브 육포 홍보 텐트를 설치했다. 흔치 않은 풍경이었지만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_존 세바스티아니, 크레이브 CEO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어떤 제품을 발전시키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었음을 알게 될 때, 기업이 자신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진정 짜릿함을 느낀다. _댄 레빈, 스타일시트 CTO

 

4장.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고객 행동양식, 페인 포인트, 제약조건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질문 유형을 소개합니다.

고객 가치 제안의 모든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왜 여러분의 고객이 여러분의 제품을 사야만 하는가? 고객의 일상생활에 여러분의 제품이 어울리는가?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여러분의 제품은 무엇을 대체하는가? (모든 제품은 무엇인가의 대체재이다) 그리고 왜 여러분의 고객은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_게리 스와트, oDesk CEO

 

5장. 사무실 밖으로 나가라

성공적인 고객 인터뷰 예시를 통해 대답 이면의 깊이있는 사실과 요구사항을 얻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위대한 제품을 만들려면 사람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고객들과 초기부터 자주 대화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유리 벽 뒤에 앉아 사람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지켜본다고 한들, 그 결과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사람들과 대화해야만 한다. _카라 데프리아스, 인튜이트 혁신 추진가

 

6장. 검증된 가설은 어떤 모습인가?

고객에게서 얻은 교훈을 조합하고, 제품과 사업에 대한 결정에 반영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말해주면 나는 신이 나곤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몇 번 더 진행하는 동안, 나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몇 명 찾아낼 수 있었다. 인터뷰를 더 많이 할 수록, 나는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실제로 겪은 사람들과 나를 친절하게 대하려는 사람들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느꼈다. _바흐토시 말루트코, Starters CEO

 

7장. 어떤 종류의 최소존속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다양한 종류의 MVP(최소존속제품) 사례를 통해 어떤 MVP가 어떤 상황에 적합한지 설명합니다.

말만으로는 진실을 발견할 수 없다. 행동함으로써 진실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상적인 제품 기능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여러분이 갖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최대한 추측해 본 다음 최소존속제품(이것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와 상관없이)을 고객의 손에 쥐어주도록 하라. 발견 프로세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뿐이다. _케빈 드월트, soHelpful.me CEO

 

8장. 이미 고객이 있다면, 고객 개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아마 여러분의 경쟁자보다 더 빨리 배우는 능력밖에는 없을 것이다. _아리드 호이스, 전 로열더치쉘 전략기획 그룹장

 

9장. 지속적인 고객 개발

일상업무 속에 고객 개발을 적용하는 방법과 이미 존재하는 고객-제품 상호작용에 고객 개발을 적용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고객지원 부서를 문제가 생긴 다음에 해결을 시작하는 수리팀 정도로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 비즈니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열쇠가 되는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수사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 정보는 바로 고객의 통찰이죠. _댄 마텔, 클래리티 CEO

 

부록

검증된 질문 예시를 통해 각 질문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질문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마치며

고객 개발은 단순히 고객에게 뭘 원하는지 질문하고 답변대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 개발은 정보 수집 프로세스이며,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선 숙련된 프로덕트 매니저가 요구됩니다. 결국 고객 개발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의 하나인 것이죠.

 

고객 개발은 시장조사와 사용성 평가와 다른 맥락에 위치합니다. 고객 개발은 고객이 어떻게 행동하고 구매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는 거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조사, 사용성 평가로는 알 수 없는 미시적 측면의 정보들이죠. 고객 개발은 우리 고객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살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가장 적은 노력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제한된 리소스를 고객 개발에 할당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절감의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 중 단 하나라도 잘못되었음을 고객 개발을 통해 밝혀낸다면, 기획과 코딩에 드는 몇 주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 개발은 제품 개발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며, 제품을 출시한 상태라면 제품 개발과 반드시 병행해서 진행해야만 할 것입니다.

 

전 이러한 고객 개발 방법론은 단순히 제품 자체를 출시할 때, 아니면 신제품을 출시할 때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구성하는 기능(feature)의 수준에서도 고객 개발을 통해 더 성장지향적인 방향으로 리소스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인프라를 빠르게 갖출수록, 매일매일 진행되는 프로덕트 팀의 업무에 그로스 팀의 맥락을 녹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고객지원 부서를 고객 개발의 맥락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즐거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얼마 전까지 킥고잉은 전담 CS 매니저가 없는 상태로 전 사원이 CS 업무를 보고 있었기에 특히 눈여겨 보게 되었네요. 제한된 리소스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것으로 고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이 또한 중요한 포인트로 보입니다.

 

마음에 가장 와닿았던 구절 하나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린 고객 개발> 리뷰였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확증편향은 여러분이 보고 싶은 것(여러분의 가정이 옳음을 입증하는 것)만을 보게 하고, 여러분이 보고 싶지 않은 것(여러분의 가정을 반증하는 것)을 무시하게 하기 때문이다.

 

린 고객 개발
국내도서
저자 : 신디 엘버레즈(Cindy Alvarez) / 박주훈,이광호역
출판 : 한빛미디어 20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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