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스쿠터 공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전 매일 해외의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쓸 만한 기사를 정리하는 업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주요한 목적은 버드, 라임 등 굵직한 해외 전동 스쿠터 스타트업(이라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습니다만)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죠.
그러던 중 저는 어떤 두 개의 단어가 이들의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Unit Economics"
단위, 경제학.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는데요. 해당 기사가 스쿠터 1대를 1회 대여를 단위(unit)로, 회사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계산한 내용을 소개했기에, '사업 핵심 단위에 따라 수익을 계산하는 일종의 계산법'이 아닐까 하는 추상적인 인상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수강하고 있는 패스트캠퍼스의 그로스해킹 강의에서 이 단어가 별도의 섹션으로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러고 보니 대표님께서 스쿠터 대당 평균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군요. 이것을 제가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신의 계시입니다.
패스트캠퍼스 강의자료와 함께,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한 인터넷의 자료들을 싹싹 모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돈을 쓰고, 버는 방법에 대한 두 개의 고민
경영자들은 이런 고민을 합니다.
"돈을 어떻게 써야 수익이 나올까?"
그런 고민을 하는 경영자의 회사를 두고, 투자자들은 이런 고민을 합니다.
"이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회사인가?"
두 개의 고민에는 단 하나의 심플한 목표가 있습니다 - 돈을 많이 버는 것.
경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니:
어떻게 써야 할 지를 고민하고
회사가 잘 쓰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니:
돈 버는 법을 아는 회사가 맞는지 고민하고
회사가 잘 벌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위의 고민을 합쳐 보면, "돈을 잘 써서 잘 버는 법을 안다" = "좋은 회사" 입니다.
그런데, "돈을 잘 써서 잘 버는 법"이란 우리가 흔히 수익모델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죠.
좋은 수익모델을 가졌다면, 투자자가 그만큼 침을 흘릴 것입니다.
투자자가 침을 한 양동이를 흘렸다면 그 수익모델을 가진 기업의 가치는 그만큼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수익모델을이란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걸까요?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됩니다.
누가누가 잘 써서 잘 벌고 있나
잘 쓰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회사의 벌이를 보편적으로 나타내고 받아들여지는 두 개의 숫자가 있습니다.
1. 매출
2. 수익
하지만 매출 높고, 수익률이 높은 회사 A는 그보다 매출과 수익이 낮은 회사 B보다 무조건 기업가치가 낮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A의 매출/수익이 정체되어 있고, B의 매출/수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말이죠.
이 블로그의 핵심 키워드가 성장(growth)인 만큼, 성장이 기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성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회사"인 것일까요?
그루폰은 -2,4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2년 뒤 -100억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익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뤘죠.
하지만 기업가치는 덩치도 수익 성장률도 떨어지는 Zulily보다 낮게 평가되었습니다.
속살을 뜯어보면, 2011-2013 동안 우연히 뷰티 업종이 터진 것이 그루폰 성장의 이유였습니다.
즉 그루폰은 좋은 숫자를 찍었을지언정 "돈을 버는 방법을 안다"를 증명하지는 못했던 것이 기업가치 절하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핵심은 이렇습니다.
[성장성]이나 [수익성]만으로는 "돈을 버는 방법을 안다"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기업을 판별하는 것일까요?
적자가 당연한 스타트업,
이익이 성장하는 "진짜"를 확인하는 법
이전에 작성했던 '스타트업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에서 소개했듯, 스티브 블랑크는 스타트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A startup is an organization
formed to search for
a REPEATABLE and SCALABLE business model
반복가능하며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기 위한 조직.
달리 말하면, 아직 돈을 잘 쓰고 잘 버는 법을 몰라서 찾고 있는 조직.
그래서 결과적으로, 적자가 당연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같은 적자라도 이익이 성장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고 해요.
바로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 입니다.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
= 매출 - 매출원가 - 기타변동비
*변동비 = 판매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비용,
i.e. 제조/사입원가, 택배비
공헌이익은 "장사해서 남은 돈"의 일종이면서, 단기 의사결정에서 매몰비용으로 취급되는 고정비를 배제한 계산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순이익부터 다시 살펴볼까요?
순이익 = 매출 - 매출원가 - 변동비 - 고정비
= (매출 - 매출원가 - 변동비) - 고정비
= 공헌이익 - 고정비
∴ 공헌이익 = 순이익 + 고정비
고정비의 경우 장기의사결정에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에 해당하지만, 기업 내부의 생산성 분석이나 단기성과 평가 등 단기의사결정에 있어서 고정비=통제불가=매몰비용이며 의사결정에 왜곡을 초래하는 요소가 됩니다.
공헌이익을 장기투자자를 위한 외부공시재무제표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단기 의사결정에 치중된 원가관리회계에서 거의 모든 분석이 공헌이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란 1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특수한 성질을 지니며, 따라서 단기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일반 기업에 비해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이 공헌이익은 손익분기(BEP) 분석과 매우 가까운 개념입니다. 위의 등식을 살짝 고쳐 볼까요?
공헌이익 = 순이익 + 고정비
BEP = 순이익 0원:
공헌이익 - 고정비 = 0
∴ 공헌이익 = 고정비 (BEP 도달 시점)
공헌이익이 고정비와 같아지는 시점이 곧 손익분기 달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 시점 이후부터 생산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업 이익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공헌이익은 "상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해서 판매할 때마다 남겨먹는 액수"가 되는 것이죠.
이 공헌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아래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다음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나는 공헌이익률이 높은 방법으로
매출을 만들고 있는가
=
내 비즈니스의 Economics는 효율적인가
마케터의 공헌이익률,
UNIT ECONOMICS
공헌이익률이 경영자가 1년 미만의 단기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숫자긴 하지만, 분기별 재무제표가 나와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분기에 한 번, 1년에 4번이죠.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매일같이 돈을 써야하는 마케터에게 1년에 4번은 너무나 느립니다.
그래서 이 공헌이익률을 마케팅의 영역으로 가져옵니다.
경영 : 제품 = 마케팅 : ?
경영 : 제품 = 마케팅 : 고객
경영에 있어 먼저 돈을 써서 만들어내고 그로부터 매출을 뽑아내는 핵심 단위는 제품입니다.
경영의 공헌이익률이란 "상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해서 판매할 때마다 남겨먹는 액수"입니다.
마케팅에 있어 먼저 돈을 써서 만들어내고 그로부터 매출을 뽑아내는 핵심 단위는 고객입니다.
마케팅의 공헌이익률이란 "고객을 한 단위 더 데려올 때마다 남겨먹는 액수"입니다.
고객 1명 단위로 보는 공헌이익률
= 고객 1명 단위로 보는 Economics
= UNIT ECONOMICS
이러한 접근법은 "좋은 사업인가", "돈을 버는 사업인가"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일반적으로 사장님들의 머릿속은 사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 Product
- Development
- Marketing
- Business Model
- ...
유닛 이코노믹스 접근법은 이 복잡다단한 사업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 고객 관점에서 생각한다.
- 고객 1명씩만 생각한다.
- 고객 1명이 우리한테 주는 돈(PLUS)과 고객 1명한테 쓴 돈(MINUS)을 계산한다.
- PLUS > MINUS 이면 돈을 번다.
CAC & Payback Period 약식 계산
설명의 편의를 위해,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최규형이 설립한 공유 스쿠터 스타트업 '뱁새'는 현재 친구를 가입시키면 친구와 추천한 사용자에게 10분 무료 쿠폰을 주고 있습니다.
- 뱁새 스쿠터 10분 이용금액 = 1,000원
- 뱁새가 산정한 10분 무료 쿠폰의 현금가치 = 500원
- 1일 기준 친구추천 이벤트 참여 횟수 = 5,000회
- 1일 총 비용 = 500 * 5,000 * 2 = 5,000,000원 (오백만원)
- 1일 기준 총 가입자 수 = 5,000명
- 1일 기준 본인인증, 면허인증을 거쳐 쿠폰을 모두 소진하고 유료 이용을 한 가입자 = 500명
CAC
=
신규 구매자 1명 당 우리가 쓰는 돈
=
5,000,000 / 500
=
10,000원
돈을 써 주는 고객 한 명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뱁새 스쿠터를 3번 이용하고 재구매 주기가 1일이라 할 때,
- 쿠폰 없는 고객이 스쿠터 1회 대여할 때 뱁새에게 주는 돈 (value)
- 평균 대여단가 800원 (평균 8분 이용)
- 스쿠터 1대의 1회 대여에 대한 운영소요 총계 (변동비) 700원
- 스쿠터 완전파손 또는 분실비용, 회수/배포비용, 충전비용, 정비비용, 신용카드 수수료, 고객지원, 보험 등
인당 공헌이익 (1일) = 100원 * 3회 = 300원
첫 유료이용시점에서 고객 1명 당 9,700원 적자
(첫 이용 이후에는 CAC 지출 없이 계속적으로 300원씩 추가)
1명당 투자금액 회수기간(Payback Period) = 34일
*CAC PP = $CAC / ($ARPA * %Gross Margin)
*34일 = 10000 / (2400*12.5%)
마케터의 임무
[ CAC 낮추기 ]
같은 고객 숫자면 더 싸게 데려오기
같은 값이면 양질의 고객 데려오기
- 효율 높은 신규 마케팅 채널의 발굴
(Marketing)
- 방문자 중 회원가입(본인인증+운전면허등록) 비율을 늘려보자
(UX/UI, Development)
- 회원가입자 중 활성 사용자 비율을 늘려보자
(MD, Pricing, Promotion)
[ LTV 높이기 ]
고객이 더 자주, 오래 쓰도록 만들기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에서 수익 더 남겨먹기
- 일 평균 이용횟수를 늘려보자
- 운영비 절감을 통해 변동비를 줄여보자
- 협력업체를 단가가 더 낮은 곳으로 바꾸자
LTV, 쫄지말고 계산하자
LTV는 참 알쏭달쏭 헷갈리는 숫자죠. 믿을만한 출처, 세계적인 VC, Andreessen Horowitz의 "16 Startup Metrics"에서 정보를 가져와 봤어요.
source: www.researchgate.net
그 전에 먼저 CLV와 LTV를 구분합시다!
CLV, 고객생애가치 = LTV - CoA(CAC)
LTV, 생애가치 = Contribution Margin * Avg. Lifetime of Customer
생애가치, LTV는 고객이 회사와 관계를 맺는 동안의 미래 순이익(future net profit)의 현재가치입니다. LTV는 고객의 장기적 가치로부터 고객획득비용(CAC)을 빼서 고객당 산출되는 순가치(net value)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은 LTV를 고객이 생애주기 동안 발생시키는 순익(net profit)이 아니라 수익(매출, revenue) 또는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의 현재가치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 LTV를 계산하는 방법 ]
Revenue per customer (per month) = 평균 주문 금액 * 주문 횟수
Contribution margin per customer (per month) = 매출(revenue) - 변동비용
Average life span of customer (per month) = 1 / 월간 이탈율 (monthly churn rate)
*월간 이탈율 = 동일조건으로 확보한 고객(same cohort)이 월 평균 이탈하는 비율
LTV = contribution margin * average life span of customer
LTV = 고객당 공헌이익 * 평균고객생애주기
데이터가 몇 개월 치 밖에 없다면, LTV를 보수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historical value to date)를 봐야 합니다. 평균 수명을 예측하여 리텐션 커브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추정하는 것보다, Andreessen Horowitz는 12개월 또는 24개월 단위 LTV를 측정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Andreessen Horowitz가 선호하는 "경험적으로 실현된 LTV(Empirically Realized LTV)"는 어떻게 계산할까?
스타트업을 위한 회계, 그로스 어카운팅 방법으로 LTV 계산하기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스타트업 성장 회계 Part 3. 코호트 그리고 매출 LTV (Revenue LTV)
LTV 계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공헌이익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 매출 또는 매출총이익을 사용한 LTV는 분모에서 변동비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 고객획득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 비용보다 더 높은 LTV 값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필요 이상의 비용을 CAC로 책정하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죠. 공헌이익값을 사용한 LTV를 CAC로 나눈 비율값은 CAC 성과를 측정하고 광고, 마케팅 비용을 관리하는 데 좋은 지표입니다.
LTV 공식과 관련해, Bill Gurley가 작성한 "위험한 유혹(dangerous seductions)" 또한 필독!
마치며
여기까지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이러한 유닛 이코노믹스는 보다 직관적이고 단기의사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서, 소비자 중심적으로 스타트업을 경영할 수 있는 든든한 기초를 제공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버드, 라임 등 많은 전동 스쿠터 공유 스타트업이 사업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 또한 바로 유닛 이코노믹스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사실이죠.
물론 버드, 라임의 사업에 대해서 기사들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계산한 방식은 고객 1인 기준이라기보단 스쿠터 1대 기준이며, 이는 고객의 생애가치가 아닌 스쿠터 한 대의 생애가치를 기준으로 측정되었음을 뜻합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보단 제품 중심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여지구요.
제품 베이스로 유닛 이코노믹스를 적용한 데에는 제가 모를 여러 의미들이 있을 것입니다만, 아직까지 전동 스쿠터 공유 비즈니스의 모델이 "대여" 자체를 핵심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전동 스쿠터가 온세상에 뿌려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되고, 사용자 단에서 더 치열한 고민과 연구가 거듭될 수록, 전동 스쿠터를 비롯한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유닛 이코노믹스는 기기 베이스를 넘어 고객 베이스로도 얼마든지 측정되지 않을까요.
제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부족하다 싶은 분을 위해 (그리고 미래의 저도 좀 읽게) 몇 개의 링크를 남기고 갑니다.
그럼 20000!
Inside Bird’s Scooter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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