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품이 완성됐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얼마를 이용료로 청구해야 할까?
스타트업 시작 단계에서부터 프라이싱에 실패하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죽어버리게 된다. 문제는, 전혀 새로운 제품의 가격을 매기는 데 참고할 일관된 규칙이 없다는 것. 시장, 회사, 고객에게 제품이 제공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가치 등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무작정 MVP를 만들었지만 가격을 얼마나 매겨야 할까의 문제는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나도 그랬다. 거기에 몇 주를 썼으니까.
하지만 시장에 디지털, 실물, 하이브리드 제품 십수개를 출시해 보면서, 나는 MVP에 값을 매기는 몇 개의 일반칙을 개발했다. 그래서 시장, 회사, 제품의 특수성과 세부사항을 들여다보기 전에, 일반적인 프라이싱 룰을 살펴보자.
제품이 완성되었다고 가정하고 가격을 매겨라
MVP 단계에서 고객에게 모든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MVP를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아직 시장에 MVP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
MVP를 출시할 때, 제품과 관련한 불편, 고통, 고생은 모두 제품을 제공하는 측에서 떠안아야 한다. 제품 사용자에게 그것들을 떠넘기지 마라. 엉성한 테이프, 자잘한 기술, 사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는 뒷단의 프로세스들은 철저히 제품을 제공하는 측에서 감내하고, 무대 뒷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behind the scenes).
사용자들이 제품을 쓰면서 약간의 불편과 수고를 감수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을 내려야 할 만큼의 불편과 수고여서는 안 된다. 가격을 내려야 할 만큼, 사용자가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획독하기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제품의 품질이 낮으니 가격을 낮추겠다는 건 안일한 발상이고, 사용자에게 나쁜 첫인상을 줄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 방법을 추천한다. 테스트가 끝나면 정상가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을 고지하고, 임시 할인가에 MVP 파일럿 테스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도 물론 공짜를 좋아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세상에 완전한 공짜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무언가를 받는 대신 무언가를 주게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준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MVP를 무료로 서비스한다면, 우리는 등가교환 또는 프로모션 목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프로모션에는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며, 제품은 오직 특정 고객군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한정 수량으로만 무료 제공되어야 한다.
등가교환은 개인정보, 피드백 같은 것을 우리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스타트업은 시장점유율을 올리려고 무료 모델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지난 경험에서 나는 무료 제품의 효과가 놀랄만큼 빠르고 극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 마라.
우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무임승차자들은 등가교환의 게임을 악용할 방법을 찾을 것이며, 더 악용할 수 없게 되면 떠날 것이다. 게다가 그 누구도 공짜로 얻은 것을 "본인이 투자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품이 온보딩이나 러닝 커브 등의 곡선을 그리더라도 순식간에 곡선이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다.
나는 차라리, 시장점유를 목적으로 공짜 전략을 쓰느니 페너트레이션 프라이싱(시장침투를 목적으로 한 저가정책)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30 제품을 $1에, $100 제품을 $10에 제공하는 것이다.
페너트레이션 프라이싱은 두 개를 수행한다. 첫째,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결제정보도 얻을 수 있다. 둘째, 최소한의 돈을 쓰게 함으로써 "공짜로 받았으니 대충 쓰고 버리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를 우리가 원하는 게임에 참여시킬 수 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공짜 여행, 공짜 이벤트에 당첨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모든 혜택을 충분하게 누리지 않고, 먼저 떠나 버리거나 한다. 우리는 아무 자본도,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짜 제품을 받을 때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들은 제품에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어, 우리가 의도한 정반대의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아무 것이라도 일단 지불하게 만들면, 우리의 제품을 낭비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승인/허락"은 사라진다.
A/B 프라이싱, 하지 마라
A/B 테스팅은 여러 고객 세그먼트에 다양한 마케팅 메시지와 가치제언을 전달해서, 전환율을 통해 무엇이 먹히는지를 배워나가는 프로세스다. A/B 프라이싱은 같은 제품에 대해 여러 고객 세그먼트에 다른 가격을 보여주고, 기존의 최고 가격을 유지해도 괜찮을지 판단하는 프로세스다.
하지 마라.
A/B 프라이싱은 비윤리적이며, 바로 들키든 나중에 들키든 소비자를 등돌리게 만든다. 하지만 A/B 프라이싱을 해선 안 되는 핵심 이유는 순수하게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A/B 프라이싱은 진정한 최적가치를 증명하지 않는다. 실제로, A/B 프라이싱은 "어떤 사람들은 적정한 조건 하에서 우리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게 peak pricing이다. 주변에 식수를 구할 수 없는 곳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면 나는 생수 한 병에 $3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것은 내가 2번째 생수를 구매할 때 $3을 지불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A/B 프라이싱은 이러한 상황적 변수와 편차를 무시한다.
나는 차라리, 우리가 선택한 프라이스 포인트에서 달성가능한 기대 판매량 가설을 세우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큰 세그먼트에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테스트 결과는 분포나 구간값이 아니라 Yes or No가 되어야 한다. 또한 테스트 결과는 우리가 확신을 갖고 영구적인 가격을 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여야만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페너트레이션 프라이싱과 같은 할인 모델을 (다양한 할인율에 대해) A/B 테스트한 뒤, 외삽법으로 결과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고 더 큰 통계 샘플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누구도 full price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 $2, $5의 프라이스 포인트에서 발생하는 전환율을 추적한다면, 우리는 고객들이 어디에서 가치를 발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감당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 프리미엄을 도입하지 마라
창업가들은 프리미엄 프라이스를 책정한 회사들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모르거나 무시하곤 한다.
다시 생수병 예시로 돌아가 보자, 이번에는 하지만 일반적인 수요 시나리오에서다. 당신이 생수 한 병을 99센트에 구입하는 이유가 있고, $3에 구입하는 이유가 있다. 모든 회사는 할 수만 있다면 $3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가격 프리미엄을 도입하는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99센트와 $3의 생수병은 내용물이 같지만, 프리미엄 옵션이 붙으면서 추가적인 공정, 포장, 마케팅 등이 발생한다. 단순히 심리적인 요소에 불과할지라도, 프리미엄 노선을 선택한다면 고려해야 할 몇 개의 요소가 있다.
1. 고객에게 추가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우리가 믿는 것에 실제로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사각형 모양의 생수병이 고객 가치를 늘릴 것인가? "천연암반수"는 정말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내고자 하는 요소인가?
2. 끊임없이 추가적인 가치 요소를 유지해야 한다. 커스터마이징은 언제나 더 높은 생산비를 의미하며, 우리의 프리미엄 제품이 결코 프리미엄 미만의 제품처럼 보이거나 기능하지 않도록 엄격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3. 결코 개판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프리미엄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약속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디지털 모델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란 우리의 UI, UX, 고객지원, 평점, 그리고 NPS(Net Promoter Score, 순 고객 추천 지수)가 경쟁사보다 확연히 우위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우연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프리미엄 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고, 그러한 비용은 프라이싱 프로세스의 일부에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프라이싱은 결국 "고객이 지불하고자 하는 것", 즉 제품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종종 프라이싱은 제품 가치 부재에서가 아니라, 제품 가치가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난항을 겪곤 한다.
훌륭한 MVP 프라이싱 프로세스는 고객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가치 제언(value proposition)을 바꾸게 될 것이다. 따라서 MVP를 시장에 내놓기 전, 제품의 가치가 명확하며 우리의 가정이 타당한지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Source_ "How to Price Your Minimum Viable Product"
부록_ "Startups are undercharging" by Y Comb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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