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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START UP?/CASE STUDY

사이버펑크 2077 바이럴 히스토리



CYBERPUNK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CD Projekt RED라는 폴란드 개발사가 제작 중인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이 개발사는 '위처 3'라는 오픈월드 롤플레잉 게임으로 2015년 GOTY(Game of The Year)를 수상하였는데요. 수익성이 높은 PC 온라인 / 모바일게임으로 대다수 게임 개발사들이 돌아서는 상황에서, 싱글 패키지 판매를 고수하면서도 압도적인 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해 골수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죠.


이 게임은 게임 타이틀에 적혀 있듯, '사이버펑크'라는 SF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사이버펑크는 간단히 말하면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인간들과 사이보그들이 도시에서 공존하는 무법/초법적 상태를 전제로 하는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인데요. 영화로 치면 유명 고전인 '블레이드 러너' 또는 최근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의 look & feel이라고 대략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cyberpunk를 치면 나오는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CYBERPUNK 2077_VIRAL HISTORY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일 미정 상태로, 아직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해오고 있습니다. 명백히 개발사의 마케팅 활동인 것도 있지만, 그들이 개입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바이럴 캠페인들이 2018년 E3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를 전후로 진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2013년_티저 공개

사이버펑크 2077은 2013년 1월 유튜브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Cyberpunk 2077"이라는 채널이 개설됨과 함께 게임 티저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영상은 2019년 3월 현재까지 약 1,400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위처3라는 게임이 출시하기도 전이었으니, 개발사가 매우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_이스터에그 삽입

세계관이나 맥락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질적 요소를 게임에 위트있게 삽입한 것을 "이스터에그"라고 부릅니다. 15년 5월 발매된 위처3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가 미래세계를 묘사하는 부분이 포함되었는데요. 사이버펑크의 소식을 알고 있는 게이머들은 이 부분을 개발사가 남긴 사이버펑크 2077 관련 이스터에그로 이해하며 한동안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7년_초기 디자인 유출사건

2017년 6월, 개발사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이버펑크 2077의 "초기 디자인"이 해커에 의해 유출되었다'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유출과 관련하여 랜섬웨어 협박을 받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료를 공표하겠다는 꽤 상세한(?) 협박 정황을 전하면서, 만에 하나 공개된다 하여도 향후 출시될 게임의 방향성과는 매우 다를 수 있을 것이란 주의도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은 게시 후 24시간만에 48,900개의 좋아요와 23,400개의 리트윗을 발생시켰죠. 해외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Reddit의 gaming 채널에도 이 글이 전파되어, 24시간만에 34,900점의 추천점수를 획득하고 1,9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바이럴이 일어났는데요, "이게 마케팅팀이 한 짓이면 일 잘하고 있는거다"라는 일부 유저의 반응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8_E3 공개

2018년 6월, 사이버펑크 2077의 두 번째 트레일러가 세계 최대 게임쇼 중 하나로 꼽히는 E3에서 공개됩니다. 이 트레일러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게시되어, 72시간 만에 790만의 조회되고 28,0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현재 1,700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네요. 


E3에서 개발사는 예상대로 PC와 콘솔(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E3 기자단에게 50분 데모 플레이를 제공하여 공개 직후 기자들이 작성한 퀄리티 높은 플레이 리뷰가 쏟아져 나왔죠.





2018_사이버펑크 패러디 밈(Meme) 바이럴

E3의 열기가 사그라들 즈음, 18년 8월에 패러디 밈(Meme)이 사이버펑크 2077 로고가 박힌 일종의 패러디 광고로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시대를 세계관으로 갖는 사이버펑크 2077의 컨셉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것으로, 사람이나 동물이 조악한 기계장치를 장착한 사진들이었는데요. Reddi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전파되면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주변의 기계장치를 이용해 해당 밈(Meme)을 추가로 생산하고 공유하는 선순환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사이버펑크 2077 공식 로고가 삽입된 이미지였죠.
















이러한 패러디 밈은 게임 커뮤니티 밖으로 확산되어 해외의 9gag와 같이 웃긴 자료들을 공유하는 유명 사이트까지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한 트위터 사용자가 E3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난 더 많은 것을 원해 친구들(I WANT MORE GUYS)"이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마케팅/홍보 담당자가 사이버펑크 2077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답글을 작성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GUYS라는 표현에 대해 "쟤네들이 다 남자라고 생각한 거야?"라는 뉘앙스의 답글이 트렌스젠더를 모욕하는 차별성 발언이라는 팬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트위터가 특히나 LGBT 등으로 대표되는 성소수자와 트렌스젠더를 옹호하는 사용자들이 많은 SNS라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겠죠. 결국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 답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이 일이 불거지면서 안타깝게도 사이버펑크 2077 패러디 바이럴도 사그라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CYBERPUNK 2077 바이럴 히스토리가 시사하는 것

뒷맛이 아쉽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전부터 그 존재감을 매우 확실하게 남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에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패러디 바이럴은 유저 베이스로부터 자연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따지는 건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알리는 방식 - 특히 바이럴 캠페인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캠페인이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패러디 밈 바이럴은 컨텐츠 마케팅 중에서도 매우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단순히 재미있는 이미지와 제품 공식 로고를 합성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제품이 갖는 핵심적 특성 중 하나인 세계관을 매우 유머러스한 형태로 표현하여 공유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러한 패러디 밈 이미지를 자발적으로 생산했다는 점에서요. 


사이버펑크 2077이 타깃으로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러한 밈 문화에 익숙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밈을 즐기고, 특정 컨셉/테마의 밈이 유행하면 그런 흐름에 동참하여 유사한 밈을 직접 생산하기도 하죠. 사이버펑크 2077의 패러디 밈은 이러한 기존 밈 문화의 문법에 맞춰서 컨텐츠를 제작 배포했고, 사람들은 "굳이 안 하던 뭔가를 추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원래 놀던 방식대로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사이버펑크 2077의 홍보 이미지를 제작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게임 커뮤니티를 넘어 재미있는 밈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제품 정보를 도달시키는 데 성공했죠.


사람들이 나서서 제품의 공식 로고를 합성한 유머 자료를 제작하고 확산시켜 준다니, 마케터에겐 그야말로 꿈 같은 상황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해외의 EA, 블리자드나 국내 대형 게임사만큼 마케팅 예산을 많이 편성하지 않는, 순수 개발사에 가까운 CD Project RED에서 해냈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적은 리소스로 최상의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매우 훌륭한 그로스해킹이기도 한 것이지요.


그러나 물론, 공식 SNS 채널에서의 작은 실수가 이런 훌륭한 바이럴을 죽일 수 있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