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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TART UP?/ESSAY

마케팅, 스타트업 그리고 아날로그에 대한 단상.

https://www.coursera.org/specializations/wharton-business-foundations



앞서 알립니다.

이 글은 저의 좁은 경험에서 비롯한 주관적 인상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이 아닌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그저 편하게 쓰는 글임을 알립니다.





대표적인 MooC 웹사이트인 coursera에서 경영 관련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입문 수준의 내용입니다만, 가본 적 없는 외국 대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즐겁네요.


총 6개의 모듈로 이루어진 이 코스의 첫 번째 모듈은 마케팅 입문입니다.

그로스해커가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디지털 마케팅을 전에 마케팅의 기본을 배우고 싶었어요.


미국 실리콘밸리로부터 출발한 그로스해킹 붐, 저도 거기 올라타려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역시 "전통적인 마케팅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에 동의를 하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요즈음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로스해커란 원래 마케터가 하는 일을 IT 스타트업 영역에 맞게 적용한 형태가 아닐까.

인력, 시간,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더 넓은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마케팅, 교환이 발생하는 시장에 대한 연구 또는 학문.

많게는 수십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옛 시절의 마케팅은 지금과 느낌이 꽤 다른 듯 합니다.


어떠한 제품을 만들어야 잘 팔릴까-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학문이란 인상.

이 제품을 어떻게 알려야 잘 팔릴까-를 주로 고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아우라가 있습니다.



그렇다 한들 후자에 대해 저는 결코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시절 데이비드 오길비의 "어느 광고인의 고백"을 읽고 신방과에 진학한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저의 첫 커리어를 광고업계에서 시작하지 않은, 또는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선배의 경험담에서 전해지는 업계의 치열함이라거나, 언제나 을의 위치에서 일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사실 다 부차적인 것이었습니다. 전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라서요.


다만 어렴풋이 그런 것들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날로그의 냄새가 이젠 없구나, 라는.

데이비드 오길비와 같이 철학과 멋을 아는 광고인이란 건 지금 세상에는 없구나 생각했어요.


이상을 너무 높게 품었던 탓에 현실의 작은 단편만 들은 것으로 그토록 실망했던 것일까요.

하지만 딱 서른이 된 저는, 그 시절의 저를 마케팅을 배우며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듣는 수업은 대학교로 치면 마케팅 원론이라거나 그 쯤의 수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케팅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옛 사례들은 마치 수십 년 전의 고전적인 광고 같은 아날로그스런 냄새가 납니다.


마케터가 제품 출시 전부터 시장을 조사하고 연구했던 그 과거는, 마치 데이비드 오길비의 시대에

카피라이터가 광고의 시작과 끝을 담당했던 그 과거와 매우 유사한 냄새가 납니다.


직무가 지금의 큰 기업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뭔가 어떠한 일의 시작부터 끝을 함께 하는.

한 사람이 맡은 일이 거대한 무언가의 파편이 아닌 온전한 어떤 하나의 것, 이라고 할까요.

그런 과거의 직무형태가 제게는 항상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게 더 사람 냄새가 나고 좋습니다.

스타트업을 좋아하고, 또 만들고 싶어하는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아요.

물론 그로스해커가 저의 다음 방향이라는 점도 마찬가지죠.



유명한 미디어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이해"란 책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기술이 발전하면 할 수록, 이 세계의 구조는 더욱 원시 부족 사회로 회귀하게 될 거라고.


사회를 이루는 최소의 단위가 소규모 공동체로 재편되고, 아날로그적 가치가 부활한다 느낌으로 기억하네요. 

그의 예지는 하이퍼텍스트, 인터넷이란 기술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난해한 논리처럼 보일 것 같지만, 뭐 그로스해커가 지금의 마케터보다는 더 세상이 단순했던

과거의 마케터와 차라리 더 가까워 보이고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뭐 이런 얘길 하고 싶었어요.


스타트업이라면 더욱이, 저는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가 조금씩은 겹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라면 그로스해커처럼 기획과 운영 여기저기에 오지랖도 부려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게 가능하려면 "니가 뭔데 참견이야"가 아니어야 하고, 이게 아니기 위해서는

"내 일, 네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란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받쳐 준다는 건, 업무의 구분이 아닌 겹침이 아닐까.

그게 사람 냄새 나는 아날로그 뭐시기 언저리의 비슷한 것이 아닐까.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서 언젠간 그런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19년 2월 25일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