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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TART UP?/ESSAY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1주에 최소한 1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꾸역꾸역 1권을 채우는 느낌. 어떻든 시작한 뒤에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뭐 됐지" 싶습니다.



그래서 한 주가 끝나갈 즈음, 그러니까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아침 정도에는 책을 정해야 합니다.


23일의 아침도 읽고 싶은 책들을 적은 리스트를 열고 무얼 사서 읽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블로그 시작 전부터 읽어온 책들을 보니, 경영이나 실무 관련한 책들 뿐이더군요.



아. 조금 리프레쉬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주는 킥고잉 온/오프라인 운영 관련 기획으로 바빠질 것 같단 생각에 미쳤고,


 그게 리프레쉬 하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핑계가 되어줄 것 같았죠.


그래서 이렇게 두 권을 샀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분량이 만만치 않아 만날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은 책이었죠.


그로스 관련 강의에서 언급되기도 했고, 시기상 이 때 해치우자(?) 하여 낙점하였습니다.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는 <디자인과 인간 심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있는데요.


원어판이 제가 좋아하는 페이퍼백이라 값도 싼 데다가 서울 대형서점에 번역판 재고가 하나도 없었기에.


리뷰는 <생각에 관한 생각>만 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두 권을 읽으려고 합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을 종이책으로 사야만 하는 이유


책값도 책값이다 보니 교보에 가기 전까지 약간 고민이 되더군요.


리디북스의 e북으로 사면 <생각에 관한 생각>을 만원 싸게 구할 수 있었거든요.


내용을 한 번 읽고 포스팅을 해치우는 게 목적이라면 전자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여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책은 내용이 정말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제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니... 제가 정말 정말 많은 기대를 해 왔던 책이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경험 있잖아요.


주변에서 평도 좋고 개인적으로도 엄청 기대한 영화를 좀 늦게서야 집에서 보려고 할 때.


방 불 끄고, 화장실 다녀오고, 미리 사둔 정크푸드 세팅 쫙 해 놓고 재생 버튼 누르는 거.


뭐랄까 재미가 보장되었다면 그걸 가능한 극대화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행동들이요.



그런 동일한 맥락에서 사고회로가 작동이 되더랍니다.


"잠깐, 이 재밌는 책을 전자책으로 사서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읽는다...?"


상상을 해 봤어요.



밑줄을 팍팍 치기도 어렵고, 책 잠깐 덮고 생각에 잠기는 건 불가능하죠.


페이지를 넘길 때 사각거림도 없고 이전에 읽었던 페이지를 파라라락 할 수도 없죠.


그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종이책을 사야겠다 마음먹은 건 하나의 이미지 때문이었어요.



두껍고 재미있는 책. 볕 좋은 주말의 카페, 커피 한 잔의 냄새와 카페 음악, 사각사각.


이 이미지를 떠올린 순간 저는 망설임 없이 만원을 더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 경험에 만원을 내는 종류의 사람이니까요. (사실 커피값까지 하면...)



디지털이 당연해진 만큼 특별함을 더해가는 아날로그


이제는 꽤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연극에 열정을 품던 시기도 있었지요.


그 시절 언제나 저를 사로잡은 건 눈 앞의 무대가 주는 생생한 체험성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엔 술 먹고 어느 무언극을 보러 갔는데 펑펑 울었던 기억도 문득 나네요.



나중에서야 전 글쓰기에 열정을 지닌 사람이 아님을 깨닫기는 했지만요.


그럼에도 절 극본 쓰기로 이끌었던 건 그런 생생한 체험의 기획자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언어를 넘어선 여러 색깔의 감정들이 대사와 침묵을 통해 살결로 전해지는 그런 느낌 오브 필링...(?)



딱 서른이 되어 돌아보면, 그러한 경험이 제게 남겨준 것은 아날로그의 강력한 매력인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에서도 살갗으로 느껴지는 종류의 가치에 열정을 느껴요. 


그게 제가 블록체인 회사를 다니지 않고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에 다니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한편 재미있다 생각이 드는 것이. 전자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종이책의 이런 장점을 몰랐단 것.


디폴트이고, 당연한 것이고, 장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이제 유니크한 장점이 됐습니다.


전자책은 역설적으로 종이책이 전하는 가치가 활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일깨워 주었죠.



비슷한 맥락으론 '구글 시계'로 알려진 타임 타이머가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빨간색으로 시각화하여 업무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도구입니다.





아마존에서는 이 시계의 가격이 무려 4만원 대.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에서 비슷한 앱을 공짜 또는 몇 천원이면 구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왜 4만원 돈이나 주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요?



4만원을 흔쾌하게 낸 사람들이 구매한 것은 제품의 기능 자체가 아닐 겁니다.


이 물건을 책상 위에 둠으로써 업무력이 개선된 'upgraded myself'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죠.


어쩌면 업무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노력을 하겠다는 실체화된 "의지"에 4만원을 낸 것일 수도 있고요.



고것은 참으로 참으로 근사한 꼰대가 되겠다는 생각


온라인과 모바일 퍼스트가 당연한 시대에서 자라난 어린 친구들, i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소유에 앞서 경험과 체험을 갈구하는 건 결코 신기하거나 이상한 현상은 아닐 겁니다.



좀 모자라고 덜 깔끔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이란 어떤 세대에게는 공기처럼 당연했지만,


동시대의 어린 세대에게는 핸드폰 속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테니까요.



O2O 또는 옴니채널 또는 온오프라인의 결합 또는 경험, 체험 무엇이 되었든지간에.


이러한 영역에서 저는 열정을 발휘하고 가치를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어린 친구들에게,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세상의 멋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알려준다면?


고것은 참으로 참으로 가슴벅차고 근사한 일이지 않을까. 좋은 꼰대가 아닐까.


난생 처음 IR 피치덱을 작성해보며 처음 생각했고, 계속 자라나는 최규형의 주제입니다.



의식의 흐름에 맡겼던 오늘의 에세이를 여기서 마칩니다.


그럼 20000!